1997년 7월... 청소년 보호법의 통과는 한국 만화 시장에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법은 단순하게 만화가 문화적으로 탄압을 받았다가 문제가 아니라, 만화 출판 시장의 산업을 완전히 붕괴 시켜버린 때라서죠. 많은 분들이 대여점을 이야기 하는데, 대여점은 만화 붕괴의 원인이 아닙니다. 이 청소년 보호법의 영향으로 만화 시장이 대여점 체제로 전환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라는 것을 간과하는 분들이 많더군요.(아님 모르거나... -_-;)
1990년대 만화 시장은 IQ점프와 소년 챔프라는 잡지의 성공으로 양적인 팽창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이런 만화 시장을 키운 것은 다름아닌 문방구였습니다.
"왠, 문방구?"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 문방구는 중요한 역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문방구는 아이들의 유희 문화를 전파하는 가장 중요한 창구였습니다. RC카도, BB탄 총, 아카데미 프라모델과 짝퉁 건프라나 닌텐도 게임와치 짝퉁 기계 같은 요상한 놀이감을 팔던 것이 문방구였습니다. 이뿐이 아니라, 쫀쫀이와 같은 요상한 불량 식품을 파는 곳이기도 했고, 학교에서 지정한 실험용품이나 리코더도 문방구에서 팔았습니다. 그리고 문방구는 매주 IQ점프와 소년챔프 그리고 댕기와 윙크라는 만화잡지를 파는 곳이었고, 또한 만화책을 파는 곳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일반적인 소비자에게 만화가 팔린 창구는 학교앞 문방구와 서점이었습니다.
이 문방구에서 판매된 점프나 챔프는 한 반에 한두명의 아이들이 사면 그 날로 학교 전체로 퍼져나가곤 했는데...(찟겨지거나 압수당하면 그 날로 큰 싸움이 되죠 -_-;) 돌아가는 순번 문제나 친한 사이가 아니라서 1500원짜리 잡지가지고 눈꼴 시러워서 새로 만화책을 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드래곤 볼이랑 슬램덩크가 죄죠 -_-;
사실 1997년까지는 그래도 만화에 대한 접근성이 늘어가는 때였습니다. 500원짜리 만화 덕에 책을 사는 버릇 라이프 스타일이 퍼지고 있던 때였고, 실제로 바로 학교 앞 문방구나 서점이라는 "눈에 보이는 장소"에 상품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 시절에도 이미 대여점은 생기고 있었습니다. 초기 대여점은 만화책 장사도 있었지만, 마이클 클라이튼 소설이나 로빈쿡과 같은 해외 번역 소설과 당시 한국에서 인기를 끌던 대중 소설이나 김용의 무협지가 들어오던 장소였습니다.
어찌되었건 판매 시장이 형성이 되었다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만화의 접근성이 좋았던 때라는 것이죠.
문제는 이게 다 없어진 것이 청소년 보호법이라는 것이죠.
갑자기 1996년부터 일진이니 청소년 폭력이니 하다가 생겨버린 법 때문에.... 학교 앞 문방구에서는 놔두던 만화책이 사라졌습니다. 만화책은 해롭고 위험하다 운운하면서 실제 만화책을 싹 회수해 갔으니까요. 그리고 학교 앞 서점은 문제지만 팔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문제... 그럼 만화는 어디로 갔을까요?
바로 이때 대여점으로 만화책이 대량 유입됩니다.
더군다나 IMF가 터지면서, 별 재교육 없이, 쉽게 돈을 버는 대여점은 (당시기준으로) 짭짤한 장사였으니까요... 출판사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괜히 정부랑 대립할 이유도 없었고, 이제 겨우 판매시장이 형성되려는 때였으니... 어차피 판매보다는 대본소나 이미 존재했던 안정적인 대여점 시장이 컸으니까요.
소비자가 물건을 사는 것은 사실 접근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가격이나 상품의 질은 다음 문제입니다. 한국의 만화 소비층은 이때 이 청소년 보호법으로 인해서 만화의 소비를 할 수 있는 창구였던 학교 앞 서점과 문방구를 잃어버렸습니다. 이 97년을 기점으로 만화가 근방에서 사라지고 대여점에서만 볼 수 있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도대체 근방에 없는데 어찌 사라는 겁니까? 몇몇 미친 놈들은 총판에서 만화책을 샀습니다... (그런 미친 놈이 접니다.. -_-;) 그런데 꼴랑 만화책 하나 산다고 총판까지 버스타고 가서 만화책 사올까요? 대부분의 사람은 안 사고 말죠.
그리고 이 때를 기점으로 대형 서점에서 만화들이 철수합니다... 문제지 사러 대형서점 가도 만화가 없으니 안 사죠.
소비자에게 만화 시장이 없어진 셈이었습니다....
현재는 많이 좋아졌긴 했습니다. 만화의 인식이 바뀐 것도 있고... 시장이 어느 정도 되고 애니등의 불법 다운로드가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만화의 매니아층이랄까 광적인 수효층도 늘었기 때문에 만화의 수효가 증명이 되어서 대형 서점에도 넣어줍니다... 이제 문제는 너무 소비자와 만화가 멀어지다보니 사는 버릇을 들인 사람이 없다란 점이죠..
어찌되었건 소비시장은 결국 접근성의 문제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건 패키지 게임이나 환타지 소설도 결국 마찮가지입니다...
덧, 이어령은 진짜 웃긴 것이... 군사정권 시절에는 열심히 소설의 정치적 자유를 외치셨는데.. 그 당시 군사독재정권의 논리를 그대로 만화판을 죽여버리니... -_-; 나는 그 때문에 이어령이 진짜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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