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의 풍경.... 이 것은 무엇이더냐?

내가 사진관에서 일을 할 때였다.

여러가지 일이 있어서 내가 사진관의 오픈을 담당하게 되었고, 올빼미형 인간인 나에게 있어서 그것은 매우 힘든 일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위에서 해라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방법이 있단 말인가? 매일 한 밤에 뉴스를 검색하고서는 글을 쓰고, 아침에 잠을 자서 오후에 출근을 하는 것이 몸에 배인 나에게 아침의 차가운 공기를 마시면서 출근을 하는 것은 곤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다만 출근 길에 이어폰에 흐르는 미쿠미쿠해줄께와 멜트 만이 나에게 작은 위안이 되었을까?
물론 멜트는 가젤 버젼이 미쿠 버전 보다 좋다고 생각한다.

좌우지간 그렇게 매일 아침에 일을 하고 있는 날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미니랩의 장비들을 켜고 출력물의 품질을 점검하고, 매장을 청소하는 그런 보통의 일이 일어나고 있을 때 였다. 나이가 지긋한 두 어르신들이 얼굴이 벌겋게 되어서 매장 앞에 서 있었다.

"어서오세요. 저 아직 저희들 장비가 켜지지 않아서... 10시 이후에 오셔야..."

매일 이렇게 일찍부터 오는 손님들이 있었는데, 장비가 켜지지 않아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솔직히 조금 귀찮아하는 맘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런데 그 두손님의 인상이 뭔가 달랐다.

"사진 뽑으로 온 것 아니오. 물어 볼 께 있소. 사장"

사장이 아닙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두 어르신들은 두터운 패딩을 입고, 아래에는 등산 바지를 입었으며, 등에는 작은 등산 가방을 메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 뒤쪽에 산에 운동삼아서 다니는 분들이 아닐까 했다.

"네, 무슨 일이시죠?"

왠지 모르게 긴장된 분위기가 나를 감쌌다.
두 어르신들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서 있었고, 나에게 말을 거는 분 뒤에있는 분은 뭔가 기분이 아주 좋지 않은 듯 해보였다. 딱 봐도 그 두분이 크게 싸운 듯 했다. 저런 분들 응대 발 못하다가 VOC(Voice of Customer 고객의 소리)가 뜨면, 안 되는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침 오픈도 안 해서 이런 재수가 없는... 싶은 생각이 나를 찔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아니.. 그러니깐 말이지.. 에 그러니까..."

"아, 형님 내가 말하겠소!"

앞의 분이 뭐라고 말하려는데 뜸이 들어가자 뒤의 분이 분을 못 참고 밀고 들어왔다.
도대체 이 상황이 뭐지.. 빨리 말이라도 했으면 했지만.. 뭔가 두 분이 싸우는 것이 괜히 내가 끼인 것으로 보였다. 도대체 오픈도 하기 전에 왠 상황이란 말인가?


"에.. 사진관이면 카메라 좀 알겠네.. 그렇죠?"

"뭐.. 조..금... 알고 있습니다."

그 분의 말에 나는 긴장을 했다.
혹시 카메라 고장이나 이런 문제인가?

"아니 그러면 물어보겠는데 말이오."
"네...."

도대체, 뭘 물어볼려는 것인지 걱정이 되었다.
그냥 AS센터 물어보는 것이라면 좋겠는데 생각이 들었지만 좀 더 복잡한 문제라면.. 그런데 저 두 사람은 왜 싸운 것 같은 분위기야...

"캐논이랑 올림푸스랑 어느 카메라가 좋은거요?"

"네?"

"그러니깐 캐논이랑 올림푸스랑 무슨 카메라가 좋냐고 말이오."

"....."

그냥 맥이 탁 풀렸다.

딱봐도 블루레이랄까.. 아침 등산길에 형님 동생하는 두 분이서 자기 카메라가 좋다고 하다가 싸움이 나서.. 여기까지 와서 누구 카메라가 좋은지 따지러 온 것이었다. 아침에 잔뜩 쫄아있었는데.. 뭔 황당한 시츄에이션인지 그냥 헛 웃음이 나왔다. 본인들은 왠지 심각해 보였지만 싸움이라는 것이 다 그런 사소함에서 비롯되지 않는가?

그리고 찬찬히 두 분의 디카를 바라보았다.
둘 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자동식 디카로 복잡한 수동기능이 없는,.. 흔히 보통 말하는 소위 똑딱이라 불리는 디카였다. 더군다가 특별이 줌 기능도 뻔한 비슷한 화소수의 제품이었다. 도진개진, 오십보 백보의 보통 제품들 가지고 뭐라 말하겠는가? 황희정승의 지혜를 발휘할까.. 하다가 그렇게 말해서 안 된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이 아침에 오픈 시간을 늘려 버린 두 사람에게 나는 전혀 다른 대답을 하기로 했다.


뭔가 누가 맞는지 잔뜩 기대하는 어린애 얼굴을 한 두 어르신에게 나는 천천히 입을 열어 말했다.










"소니가 더 좋습니다."

덧글

  • 평등7-2521 2010/12/08 11:12 # 답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참 웃었네요.






    그나저나 카메라라면 당연히 니콘이.... 0ㅂ0
  • 로리 2010/12/08 11:20 #

    감사합니다. 역시 니콘이...
  • _tmp 2010/12/08 11:14 # 답글

    어르신들에게는 무조건 별셋입니다 (...)

    덧. 똑딱이는 파나소닉이 진리.
  • 로리 2010/12/08 11:21 #

    하지만 어르신들 중에서 국산 못 믿는 분도 많습니다.
  • 엘민 2010/12/08 11:15 # 답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피바람나는 후기가 이어질 듯한 이야기네요.
  • 로리 2010/12/08 11:21 #

    ^^;;;;
  • 근성공돌 2010/12/08 11:26 # 답글

    ...........집중, 긴장, 그리고 탈력...:)
  • 로리 2010/12/08 11:30 #

    ^^;
  • rumic71 2010/12/08 11:27 # 답글

    가격만 아니면 소니가 좋죠.
  • 로리 2010/12/08 11:30 #

    메모리스틱 하나만으로 소니는 저주스럽습니다
  • theadadv 2010/12/08 11:35 # 답글

    똑딱이 디카면 캐논이 진리인 집안이라... 근데, 왜 큰건 다 니콘인건지...
  • 로리 2010/12/08 11:38 #

    하하 ^^;
  • 로딘 2010/12/08 11:36 # 답글

    똑딱이에서라면 BSI CMOS를 아직 제일 잘 다루는게 소니니까 딱히 틀린말이 아닐지도 모릅니다만;
  • 로리 2010/12/08 11:38 #

    하하 너무 진지하게 들어가시면... ^^
  • AvisRara 2010/12/08 11:58 # 답글

    이제 삼파전 시작인거죠?^^
  • 로리 2010/12/08 16:48 #

    삼파전은 없습니다 ^^
  • 커티샥 2010/12/08 12:18 # 답글

    결국 깊게들어가면 니콘이 나온다는게 .... 주제는 이게 아니지만서도...
  • 로리 2010/12/08 16:48 #

    니콘 똑딱이는 글쎄요.. 예전에는 좋았는데.. 솔직히 요즘은 아니더군요
  • 카린트세이 2010/12/08 12:56 # 답글

    영감들의 꼰대질은 참 답이 없다 싶은 느낌입니다. 적절한 응대법이라고 친절 VOC가 올라와야..... (....)
  • 로리 2010/12/08 16:49 #

    T_T
  • 比良坂初音 2010/12/08 13:05 # 답글

    ......으하하하하하T-T
  • 로리 2010/12/08 16:49 #

    당사자는 웁니다.
  • 머스타드 2010/12/08 13:50 # 답글

    다음 편: 다른 사진관에 문을 열고 들어온 두 노인과 한 젊은이가 '캐논과 올림푸스와 소니 중에서 무엇이 제일 좋... (후략)

    후다닥
  • 로리 2010/12/08 16:49 #

    아흑아흑아흑
  • _tmp 2010/12/08 17:00 #

    그것을 위한 라이카인 것입니다. (퍽)
  • 로리 2010/12/08 17:01 #

    오오오오오 라이카!!!!
  • 민서 2010/12/08 19:25 # 답글

    그래도 정치가지고 싸우는 것 보다야...나은 것 같아요. ㅋㅋ
  • 로리 2010/12/08 20:45 #

    하하하 ^^
  • 다물 2010/12/09 16:12 # 답글

    얼굴 하얗게 나오는 저화질 폰카가 최고에요.
  • 로리 2010/12/09 16:53 #

    인화가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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