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니클 (연대기) 단편 - 고기 이 것은 무엇이더냐?

1

“하아, 하아...”

달리고 있었다.

그녀는 달리고 있었다.

전장 570m의 베이스 라인에 들어가는 수중 생물학 연구를 담당하는 잠수함 뉴욕 안에서 그녀는 달리고 있었다. 잠수함 내에서 이렇게 조깅을 한다는 것은 예전에 텍티컬 라인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었다. 물론 그녀가 거주했던 함은 이 함과 크기는 비슷했지만 플랜트 시설과 거주 시절이 같이 붙어 있어서 이렇게 조깅을 한다는 것 자체를 상상할 수 없었다.

“뭐 천장 높이는 낮지만서도...”

유희는 천장에 박힌 OLED 조명들이 밝게 빛나고 있는 길다란 통로를 보면서 그저 씁쓸하게 웃었다. 자신이 예전에 거주하던 곳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어둡고 퀴퀴하고 사람들이 이리저리 너부라저 있는 이 전의 텍티컬 라인의 생활과 비교하면 이 베이스 라인의 생활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물론 이 함이 생물학적 유전학적 연구소이기 때문에 이럴 수 있는 것이지만 말이다.

“삐삐삐삐~~~”

허리에 차고 있는 벨이 울렸다.

[CALL, LAB]

수십년 전에는 휴대폰이라는 기계가 사람들에게 다 퍼져 있어서 사람들끼리 전화로 마구 이야기 했다고 하지만, 그런 자원을 지금은 개개인이 소모할 수 없는 사회였다. 결국 의사나 엔지니어와 같은 몇몇 직업에 한 해서 문자 메세지만 주고 받는 기기가 있을 뿐이었다. 이 것도 함 내에서만 가능하지 다른 함으로 연락은 불가능 했지만 말이다.

“무슨 일이지.. ?”

조깅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것을 중지하고 연구실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복도 저 편의 내선용 전화기를 쓰는 방법도 있겠지만, 아직 그녀는 연구실에 배치 된지 두어 달 밖에 되지 않는 신참이었다. 전화를 했다가는 무슨 말을 뒤에서 들을지 몰랐다.

그녀의 몸에 있는 RFID 칩의 정보를 읽고선 통제 구역의 유리벽들이 하나 씩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생물학 연구소에 잘 못해서 외부 세균이나 박테리아가 들어갔다가는 수년 수십년의 연구가 바로 날아갈 수 있으니깐 주의와 주의를 거듭해야했다.

조깅복 차림의 그녀가 들어가자 어굴이 쭈글쭈글하고 백발이 성성해서 마치 귀신처럼 보이는 노인이 커다란 디스플레이를 보고 있었다. 아흔의 나이를 자랑하는 예쉴리 닐슨 박사였다. 생물학 부분의 거두로 그가 새컨더리 계획을 입안하고 성공시킨 것은 인류가 그들에게 대항 할 수 있는 힘를 쥐게 했다고 할 정도였으니깐 말이다.

“아버지가 대단하니.. 불렀는데 30분이 넘게 걸리나?”

빈정거리는 말에 유희의 기분이 바로 수직 하강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표정을 바꿀 수는 없었다. 앞의 저 꼬장 꼬장 하고 쭈글 쭈글 하고 기분 나쁜 아흔의 나이의 저 늙은 개새끼는 보통 개새끼가 아니라 영웅 칭호를 받은 과학자이며 그 서슬 퍼런 안보국도 건들일 수 없는 개새끼인 것이 문제였다. 그녀가 맘에 안 들었다고 하면 바로 스토리지 라인의 광산에서 심해 광산 생물학 연구 -라고 말하고 유배라 적는- 로 돌려질지도 몰랐다.

“죄송합니다. 조깅을 하려고 함 상부까지 가서 그랬습니다.”
“호오, 요즘의 연구원들은 조깅까지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가 보지?”
“야근 하려면 체력이 있어야 하니까요!”

그녀는 조금 화가 나서 같이 빈정거려 주었다.

“.......”

삼십 여명이 있는 생물학 연구실 내부가 갑작스럽게 얼어붙었다. 참았어야 하는데, 역시 발끈해버렸다. 이 놈의 욱 하는 성질머리가 문제라고 유희는 머리 속에서 자신의 말 실수에 대한 후회를 했다.

“말은 잘하는 구만. 그 잘하는 말 솜씨를 쓸데가 있어.”

40인치 정도의 곡면 디스플레이의 한 부분을 손으로 터치하자 수 많은 수식이나 DNA관련 자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것이 바로 파일럿인 세컨더리에 대한 유전자 해석 자료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녀야 유전자 변형 물질과 줄기세포 쪽에 대한 것을 연구하고 있었지만, 인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연구인 세컨더리(파일럿)에 대한 정보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만 해도 세컨더리 적합 판정을 받았기도 했고.... “인공 세컨더리 쪽 관련 계획인가...” 라고 그녀의 중얼거림을 듣고서 닐슨 박사가 약간의 조소를 날렸다.

“보는 눈은 있구만, 이 걸로 높으신 분 볼 수 있게 PT 준비 좀 해.”
“제가요?”

하고 싶은 연구도 아니고, 높으신 분들에게 PT나 해라니 이건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유희는 이마를 찌푸렸다.

“그럼, 이제 연구소 들어온 신참이 하지, 내가 하랴? 더군다나 예산 집행 정치인이 니 애비 동기라니깐 딱 좋구만.”

아버지 안 팔아먹고 사는게 소원인데 저 영감이... 라고 속으로 중얼거린 유희는 이 건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체념했다. 이 생물학 연구소에서 쫓겨날 수는 없었다. 사실 그녀가 연구소에 이제 들어온 신입 연구원이기도 했으니...

“알겠습니다. 하겠습니다.”



2

“결국 이런 방식을 사용하면 지금처럼 낳은 후에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태아에서 감별하는 것도 쉬워지고, 자..자궁을 제공해준다고 하는 여성이 있으면 인공 수정 후 착상도 가능하게 됩니다.”

유희는 2세대 파일럿 -세컨더리- 의 양성 계획에 대한 설명을 마쳤다. 주위를 보았다. 몇몇 근엄한 표정의 - 사실 졸린 얼굴을 감추기 위해서지만- 아저씨와 아줌마들이 앉아 있었다. 유전자 변형 물질이나 정자나 난자에서 특정 형질만 추출하는 것에 대한 각종 내용을 그래도 알아듣기 쉽게 만들었다고 자부하지만... 사실 그래도 어려운 것은 어려운 것이었다.

기초 이해가 부족한 정치인들이나 예산 담당의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저들은 연구소를 “심의” 해야만 했고, 그리고 연구소 입장에서도 실적을 “발표"해야만 하니 이런 일을 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얼마든지 질문하세요.”

그녀는 친절하게 청중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10살때 보고 처음인가, 아버지는 잘 계신가?”

유희는 통합 정부 예산국의 국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뚱보 노인네를 보고서는 언제 저 영감을 만났지 잠시 고민했다. 솔직히 십 수년전의 일을 알게 뭔가 말이다. 하지만 스마일, 스마일.. 미소를 잃으면 안 되었다.

“홀랜드 아저씨, 안녕하세요. 저도 아버지와 연락한 지 한 달이 넘어서... 하지만 이 전에 영상 메일에서 보니 잘 계시더군요. 그래도 지금 실적 발표회 중인데... 그런 사적 이야기보다는 질문을...”

조금 쓴 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곤혹스런 표정을 보고서 그 홀랜드 국장은 아 실수군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입을 땠다.

“아차차.. 사람이 늙으면 이렇다니깐.. 그..그래, 옛날부터 거.. 전문가는 아니니깐.. 그러니깐.. 영화나 소설 같은 것 보면 말이지. 텔레파시인가.. 그런 능력 있잖아.. 그런 것은 파일럿에 넣지 못하나? 그 씨발 같아 쌈 싸 먹을 놈들과 대응 문제는 결국 그 놈의 전투 데이터 링크나 무선 통신에 방해가 크니깐.. 그런 능력이 있으면.. 하는데 말이야.”

역시나 저 질문이 나오네 라는 생각에 유희는 입에 미소를 지었다.

“혹시 여기서 텔레파시를 하는 생명체를 아시나요?”

유희가 좌우를 둘러보았다. 그런 것을 아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정말로 없으니 말이다.

“유전 공학이라는 것은 만능이 아닙니다. 특정 유전 형질이나 혹은 다른 생명체의 유전 형질을 집어 넣어서 키메라를 이론 상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런 형질이 있는 생명체가 있어야 한다는 전재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없는 것을 만들 수 없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요.”

그렇다. 현실은 초능력자라는 것은 없는 것이었다.
유전자나 약물을 이용한 파일럿의 신체 강화 만으로도 문제가 한가득인데.. 어떤 방식으로 동작하는지도 모르는 초능력이라니... 물론 모르는 사람이야 과학자나 마법사나 차이가 없게 보인다는 유명한 이야기를 그녀 역시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 뒤에 유전자 변형 물질 개발 예산 확보의 중요성과 - 자신의 주전공이라 억지로 넣었다- 생물학 연구소는 군사 연구소 이상으로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것들을 발표했다.

결국 그녀의 고위 정치인 출신인 아버지라는 배경에 힘입어서 정치국들이나 예산 심의 쪽의 통합 정부 인사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고-결국 발표 내용은 상관 없었던 듯- 이런 일도 마쳤으니 그녀도 원하는 자기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왜, 연구원이 플젝을 옮겨야 하지?”

사실 그렇게 무겁지도 않은 레이저 프로젝터 상자를 옮기면서 그녀는 투덜거리고 있었다.

“거, 언제나 그렇게 투덜거리나?”
“윽...”

닐슨 박사가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뭐, 낙하산은 아니더구만... 변형 물질 쪽 끼어 넣은 것은 좀 웃겼지만... 나쁘진 않아.”

박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런 모습에 몇몇 다른 연구원들이 웃으며 다가와서는 어깨나 머리를 만져주었다.

“연구소에 온 거 환영한다.”
“뭐... 저 영감이 저리 말하면 너도 이제 진짜 정식 연구원이라는 거야!”
“잘되었네.”

그 노인네 나이가 구십인데 새침데기 캐릭터(...)였나? 라는 생각을 유희는 잠시 가졌지만, 어찌되었건 이 연구소에서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이런 일을 해야 하는 구나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한 첫 걸음인 셈이었다.


3


그녀는 달리고 있었다.

전장 570m의 베이스 라인에 들어가는 수중 생물학 연구를 담당하는 잠수함 뉴욕 안에서 그녀는 달리고 있었다. 다시 생각해도 이건 사치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살이 찐다(...) 아니 확실히 체중이 문제였다.

텍티컬 라인에 있을 때는 오히려 식생활이 풍족하지 않아서 뱃살이나 체중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여기 베이스 라인은 해초류와 생선 등의 식생활이 너무 풍족했다.

“여기서는 별미는 먹지 못하겠지만 말이지.”

텍티컬 라인에서의 힘들었던 기억들을 뒤로하고, 그녀의 조깅은 계속 되었다. 적어도 어제 너무 맛있게 먹은 참다랑어의 열량을 빨리 소모해야만 했다.

“그나저나 여긴 참 심심하네...”

그들의 공격권이라 할 수 있는 대륙붕이나 지상 근방에서 여러 일을 하는 텍티컬 라인들의 전함에서 생활한 그녀 입장에서는 이 심해의 베이스 라인의 함정의 생활은 무미건조했다. 정기적인 전투 경계나 잠수 및 회피 기동 같은 것을 생각하면 안전한 심해에서 연구만 할 수 있는 함이라니 그저 행복한 부분들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은 사람... 역시 자극이 없으면 심심해 한다.

“정작, 텍티컬 라인에서는 공부가 좋았어요 였는데, 여기서는 짜증이 나니... “
“여, 조깅???”

삽겹살이 충렁거리는 것이 챠밍 포인트라고 외치는 노무라 연구 주임이 다가왔다. 고지혈증이라도 있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는 유희였지만 내색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었다.

“노무라 주임님... 이렇게 달려주지 않으면 몸이 영...”
“하긴야. 나도 요즘 살이 좀 쪘지.”

아니, 보통 찐게 아닌데요! 라고 딴지를 걸고 싶었지만.. 절대 그래서는 안 되었다. 유희는 살들이 수직 중력 운동을 하는 꼴이 너무도 괴로워 보였기에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무슨 일이세요?”
“뭐 별 것은 아냐... 저번에 해초류 유전자 변형 물질에 대한 리포트 있지?”

노무라는 뒷 주머니에서 작은 볼펜 같은 막대기를 꺼냈다. 그리고 그 중간에 살짝 튀어 나와있는 작은 딱지 부분을 손으로 잡아 댕겼다. 마치 두루마기 처럼 펴졌는데, 이 것은 종이가 거의 없는 지금의 세계에서 가장 보편화 되어 있는 E-BOOK의 형태였다.

“아.. 언제였죠? 죄송해요 저번 PT 이후로 서브 미션이 너무 많아서...”
“정신 좀 차리라고.. 저널 24번 말야.”

도대체 연구소 밖에서 뭔 꼬라지인가? 란 생각이 유희의 예쁜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
“그렇지, 여기 말야.. 심해에서 있는 해초류에서 DNA 물질을 뽑을 때 말이야.”

그는 땀을 닦아가면서 유전자 추출 물질 적용에 대해서 이야길 했는데, 유희가 감탄사를 한 것은 그 때문이 아니었다. 그 도표 사이에는 왠지 모르지만 연구소의 한 동의 글이 적혀져 있었다.

‘설마, 노무라 주임이 심해주의자인가?’

지금의 전투를 그만 두고 심해에서 살자는 평화주의자들의 통칭인 심해주의자들의 모임인가? 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많은 과학자들이 심해주의를 믿고 있다는 사실 - 사실 유희 그녀도 어느 정도- 을 생각해 보면 말이다.

노무라 주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마치고 나서 그녀는 자신의 방에서 끙끙 앓았다.

“안보국의 함정일까? 어떨까?”

자신에게 배당 받은 연구 과제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다.
일단 자신은 걸려도 고위 정치국의 출신이었던 아버지의 후광이 있으니 크게 문제 되질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나올 후폭풍은 절대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이런 건수를 이용해서 정치적으로 연구소 간섭하려고 한다던가 여러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그래도...”

잠이 오지 않게 치아민과 카페인이 들어 있는 허용 받은 각생제 알약을 입에 넣고서 모니터의 연구 과제에 집중했다. 역시 가봐야 했다. 함정이라고 할지라도 그걸 위해서 이 만큼이나 노력해서 베이스 라인까지 왔으니 말이다.

…...

“뭐 하는 건가! 요즘 정신 빠져 있고!!!”
“죄송합니다.”

닐슨 박사에 호통에 그저 이번에는 머리를 조아릴 수 밖에 없는 유희였다. 며 칠 전의 그 일이 머리에서 안 떠나서 연구도 재대로 되지 않고 집중력도 줄어들고 있었다.

“그렇게 할꺼면, 걍 아버지 있는데로 가, 여기가 어린애들 교육 시켜 주는 곳이냐!”
“정말, 죄송합니다.”

엄청나게 혼이 난 다음에 그녀는 잠시 연구소동 밖으로 나갔다. 당연히 바람을 쐬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푹푹찌게 느껴지는 연구소 동을 빠져나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

“역시, 가본다.”

까짓꺼 안보국에 잡혀 봤자, 아버지의 빽이면 어찌 넘어갈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해니 홀가분해졌다. 역시 고민을 오래하는 것은 건강에 해롭다는 생각이 자신을 지배했다.


4

아무리 공간 활용에 대해서 고민을 해도 남거나 방치된 공간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특히 베이스 라인의 거대한 크기와 각종 연구실을 겸임하고 있는 잠수함이라면 그건 더 한 일이었다. 당장 2층, 3층 4층 침대에서 사람들이 닭장처럼 자고 있지만 쓰지 않고, 각종 기자재들을 모아서 방치된 공간이 있다는 것은 아니러니라면 아이러니였다.

“기분 나쁘네...”

불이 꺼져 있는 연구동을 LED라이트로 비춰보면서 유희는 유령이라던가 귀신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비과학적인 생각을 했다. 아니 어찌 생각하면 남극에 안착한 그들이야 말로 신에 가까운 존재인지 몰랐다. 도저히 인간의 과학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무언가이니 말이다.

“이런 구형 배양기나 장비라면 빨리 재활용 하지...”

먼지가 쌓인 장비들을 보면서 유희는 눈을 찌푸렸는데, 안 그래도 자원이 부족한 인류에게 있어서 이런 잉여 장비들이 방치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빨리 분해해서 재활용을 하면 더 쓸데가 얼마나 많단 말인가?

어찌 되었건 이 연구동의 끝의 문을 발견한 것은 밑의 파이프에 두 어번 발을 부딫혀서 꽤나 큰 비명을 질러 본 다음이었다.

“여기인가?”

앞의 철문을 열면 도대체 무엇이 있을지 그녀는 알 수가 없었다.

예전에 과거 영화 자료 중에서 컴퓨터들과 가상 세계에서 싸우는 영화가 있었는데, 주인공이 저항군의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으으으"

그녀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갑자기 밝은 빛이 그녀의 눈을 조금씩 자극하기 시작했다.

“이야... 놀라운데?”
눈의 그런 빛의 자극에 익숙해져 있을 때에는 다시 어떤 통로가 보이고 있었다. 놀라운 점은 아까까지 아무런 쓸모가 없는 방에 있는 문에서 들어가는 통로가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고, 밝은 LED 라이트들이 비추고 있는 멀쩡한 통로가 있다는 점이었다.

이제 정말로 끝일 것이다. 바로 수 미터 앞의 저 문만 통과한다면.. 이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정말로 이게 끝일까?’

라는 불안감 역시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아니 이런 다른 구역이 존재하는 것을 베이스 라인의 인력들이 모를까 하는 점이었다.

불안과 기대를 같이 안고 그녀는 문으로 다가갔다. 문의 자동 개폐 스위치를 눌렀다.


“퍼퍼펄 펑!”
“꺄악!”

엄청난 폭음이 그녀를 덮쳤다.
그녀는 놀라서 떨썩 주저 앉아 버렸고 바로 두 팔로 얼굴을 가렸다.

“으하하, 왔다 왔어!”
“내가 뭐랬어, 온다니깐!”
“아니, 그 전에 이 파티에 오지 않은 사람은 노무라 주임님 밖에 없잖아요?”

이상한 소리들이.. 아니 익숙한 소리들이 유희의 귀를 자극했다.
연구소의 동료들의 목소리들에 약간 용기를 얻어서 그녀가 살짝 눈을 떴다. 그런 그녀의 눈에 가장 처음 보인 것은..

[신입 연구워 환영회 파티]

라는 글귀였다.

“아...아...아!!!!!!! 아!!!!!!”

그 글귀에 놀라서 유희는 아직 쓰러진채로 입에서 커다란 소리를 냈고, 그것을 보는 동료들은 팬티가 보인다니, 꼴불견이라니 하면서 자지러지고 있었다.

“다 큰 처자가 뭔 꼬라지야, 빨리 일어나!”
“아..넵"

닐스 박사 마저 있었기에 유희는 모두들 자신을 속였구나, 라고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우하하, 반응 죽이네, 깜짝 환영회 어때?”

뚱뚱한 노무라 주임이 손을 내밀었다. 일어서라는 말일 것이다.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놀랐네요.”
“대대로 한 환영회야. 한 사람 몫을 할 때 준비하는 거야. 재미있지?”
“정말로 죽을 만큼요!”

그녀는 천역덕스럽게 웃는 노무라의 상판에 정권을 먹이고 싶지만 높는 인내심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인격의 위대함을 실천하고 있어야 했다.

“뭐, 그런 것 보다.. 빨리와. 멋진 것을 준비했지.”

방에는 다수의 연구원들이 있었고, 두유와 화합물로 만든 초쿄(?) 크림 케잌이라던가 과자들이 가득 있었다. 닐슨 박사를 따라 간 곳에서는 빵이 있었다.

“이..이거!”

빵은 마치 돔을 연상시키는 동그란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 안에는 녹색(!)의 야채들과 그리고 가운데는 갈색의 진한 캬랴멜을 연상시키는 빛을 가진 고기가 끼여 있었다.

“겨우 고래 고기 같은 것과 비교할 수 없지. 진짜 돼지 고기야.”
“이 걸 어디서요?”

유희는 놀라서 물어보았다.
돼지 고기나 쇠고기는 바닷속에서 사는 인류에게 있어서는 금기에 가까운 음식이었다. 일단 구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인공 장기 개발팀의 장기용 돼지야, 그래서 인육을 먹는 맛이지!”

노무라 주임이 농을 했다.

“우리도 몇년에 먹을까 말까야. 닭이라면 몰라도 돼지고기는 텍티컬 라인이나 스토리지 라인에서는 생선 외에 구경도 못하지.”
“선물이라고 생각해!”

모두들 웃고 떠들고 있었다.

인류가 이런 바닷속으로 간 다음에 이런 고기는 아무데나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뭐 해초류나 각종 양식 기술의 발전은 단백질 공급원의 다양화는 이루었지만, 어디까지 생선류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잠수함 내부에서 가축을 키울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았다. 기껏 햄스터 정도만이 인간이 일반적으로 키울 수 있는 동물인 것이었다.

“야채도 수경재배실에서 키운거라고!”

“정말로 대단하네요.”

사람들의 자랑에 그녀는 생긋하고 미소를 지었다.

‘돼지고기라.. 살 찔텐데...’

입을 크게 벌려서 고기를 씹었다. 해초류 밖에 없었던 테티컬 라인의 때와 달리 야채들과 돼지고기의 맛은 엄청나게 어울렸다. 살짝 태운 감이 있어 진한 육즙은 느껴지지 않은 것이 흠이지만, 어쩌랴 그냥 햄버거인데 말이다.

‘돼지 고기라 꽤나 오랫만에 먹네?’

다른 연구원들의 생각과 달리 유희는 고기를 먹은 경험을 상당히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테티컬 라인 함대의 임무는 고속로 재처리를 위한 지상에서의 플로토늄 입수 였고, 그 외에도 지상 근방에서 상륙 부대를 올려서 이런 저런 자원이나 정보를 얻는 쪽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썬 플라워 데이도 재대로 즐기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지상의 동물들을 수렵해올 수 있는 곳이라는 점도 있었다. 맷돼지라던가 물소라던가 그런 것들을 잡아오면 고위 정치인인 아버지의 빽으로 가족들이 같이 먹곤 했던 것이다.

‘뭐 말할 수는 없었지만...’

유희는 전부 왁자지껄한 이 분위기를 깰 수는 없었다.
사실 어찌되었거나 파티 자체는 즐거워 보였고, 화합물로 만든 크림이건 과자건 정말로 맛있는 것들이 눈 앞에 가득했으니 말이다.



…..

파티는 그렇게 끝났다.

유희는 다시금 연구자의 위치로 돌아왔고, 아직 심해주의자와는 만나질 못했다.

“음.. 돼지 고기라...”

대형 화면을 보며 그녀는 생각에 빠졌다.

파일럿 강화와 같은 연구 과제에는 사실 동생의 일도 있고 해서 거부감이 있는 그녀에게 인체 개조나 유전학 연구는 좋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몇 시간 전에 먹었던 햄버거의 맛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었다.

천천히 그녀의 손이 키보드를 누르기 시작했다.


[돼지, 배아 줄기 세포를 이용한 복제 방법에 대해서....]


그녀의 연구 과제의 제목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덧글

  • 자유로운 2012/01/21 22:54 # 답글

    과연... 저걸로 전설이 시작되는거군요. 돼지고기의 전설이...
  • 로리 2012/01/22 00:21 #

    고기는 중요합니다
  • 루시펠 2012/01/22 04:47 # 답글

    그리고 앞으로 상대역으로 긴흑발의 독살가 미소녀가 나오는 거군요?^^
  • 로리 2012/01/22 06:49 #

    아...
  • 쥰쥰 2012/01/22 15:02 # 답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구경하기 어렵다니..고기가 진리인데!
  • 로리 2012/01/22 15:08 #

    인류가 지금은 해저에서 생활해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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