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류트 7 (Salyut 7) 우주정거장은 사실 이전 우주정거장인 살류트 6의 백업용으로 만들어진 우주 정거장이었습니다. 이 우주정거장의 특징은 바로 도깅 포트가 2개가 달려 있는 형태로서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형태의 우주 정거장이 나오면서 기존 우주정거장의 최고의 문제 였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가동이 가능해졌습니다.

지금까지는 우주 정거장에 잠시 우주인들이 방문을 하고 내려오는 수 밖에 없는 형태였습니다만, 이런 두개의 우주선을 달 수 있게 되면서 드디어 우주 정거장은 우주 정거장이라고 할 수 있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차기 우주 정거장인 미르가 늦어지자 이 살류트 6의 백업이었던 7을 올리고, 좀 더 가동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작동하던 살류트 7은 무인으로 작동하던 1985년 6월... 궤도상에서 신호가 끊어지고 추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영화의 재미있는 점은 역시 사실 기반의 작품이라는 것 입니다. 물론 상당히 많은 각색이 벌어졌기 때문에 사극적인 가치는 높진 않습니다만, 이 작품이 실제 사건이고 그걸 개조했다는 거죠.
사실 실제 해당임무였던 소유즈 T-13 임무는 해당 영화에서 나오는 급박한 형태의 임무는 아니었습니다. -매우 어렵고 위험한 임무라는 것은 사실 입니다.- 살류트 7을 살리고자 한 이유는 복합적이었습니다. 아직 미르 우주 정거장이 준비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살루트를 잃어버리면 그동안 소련의 우주 프로그램 자체가 정지된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우주 정거장이 대도시 같은 쪽에서 떨어진다면 일어날 피해도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가 당시 비행 미션이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우주왕복선인 디스커버리-해당 영화에서는 왠지 모르지만 챌린저^^;-의 STS-51-G (위키 링크) 임무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이게 딱 6월 17일이었고, 해당 임무에서 미션수행을 하기로 예정된 위 사진의 장 루프 크리티엔의 경우 소유즈7과 거의 같은 소유즈6의 방문 경험이 있는 프랑스 소속의 우주비행사였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즉 우주왕복선이 살루트 7을 실고 가버릴지 모른다는 공포였습니다. 실제 우주왕복선은 그만큼 크고 무서운 놈이었으니까요.
역사적으로 실제로 3달이 넘은 장기 미션-실제 T-13 임무는 위험성 때문에 100일 정도로 기간 제한을 한 임무였습니다.- 이었고, 죽은 우주 정거장에 수동으로 도킹을 하는 매우 어려운 임무를 한 것도 맞지만, 해당 영화는 매우 압축된 이야기로 각색되어 있습니다. 실제 역사에서는 수동도킹의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파일럿은 매우 집중적인 룬련을 받았다던가, 물이 얼어서 매우 추운 우주 정거장에서 우주비행사들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해당 영화처럼 언 음식을 먹은게 아니라 자체 가열식 음식으로 몸을 데우면서 작업을 했고,-물론 그렇다고 해도 매우 추웠기 때문에 털옷들을 두껍게 입고 있었다고- 일주일 정도 이후에 시스템을 복구해서 무인 우주선인 프로그레스를 통해 우주정거장의 부품을 받고 안정된 생활로 돌아옵니다만...
해당 영화에서처럼 우주선의 화재라던가 선외 활동의 무슨 엄청난 사고들이라던가, 건강 이상 장면이라던가는 없었습니다만... 이 정도의 각색은 용납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물론 사극 영화로서 이 이 영화의 완성도는 마지막의 특정 장면 때문에 엉망이 됩니다. 그 장면이 없었으면 사실 괜찮은 실화를 각색한 영화 정도로 끝날 영화가... 그냥 국뽕 영화 정도가 되었으니까요. 물론 그 장면이 없었다면 사실 러시아 박스 오피스를 얻었을까? 하고 로스코스모스 및 러시아 정부의 여러 도움을 받았을까 싶기도 하고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재미있습니다.
일단 우주덕이 아니라도 긴장감 있는 사건들이 터지고 그걸 해결하는 과정이나 가족애를 강조하는 것들이 잘 연결 되어 있습니다. 이 것만이라면 그려러니 하겠지만, 이 영화의 최대의 장점은 바로 디테일한 소품이나 장면들 입니다. 영화 초반부의 선외 활동과 우주 공간에서의 용접은 실제 1982년 소유즈 T-7 임무로 스베틀라나 사비츠카야가 한 임무이고, 소유즈 T-13 임무에 사용한 소유즈 로켓과 우주선의 발사 장면에서의 디테일은 엄청납니다.
예를 들어서 위와 같은 코룔로프 크로스라고 불리는 소유즈 로켓의 1단부 분리 장면이 정말 그대로 재현되어 있는 것 뿐만이 아니라 소유즈 우주선의 내부 디테일이나 작동 부분들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선외 활동 부분에서 오를란 우주복의 디테일이나 안전줄을 거는 형태 같은 것들을 보면 말이죠.
더군다나 영화가 끝나고 스텝롤이 나오는 지점에서 실제 해당 소유즈 T-13 미션의 기록필름들이 나오는데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들이 실제로 나올 때 몇 안되는 관객들이 웅성웅성 거릴 부분들이 있습니다. 저도 어어어 저거 라면서 깜짝 놀란 것들이 있는데, 이런 부분들은 꼭 보았으면 합니다.
뭐 이렇게 말해도 얼마 안가서 VOD 행이 될 것이 뻔한 것도 있고... 우주덕 외에 관심도 없겠죠.
하여간 2시간을 즐겁게 보았고, 우주뽕을 느끼는데 충분한 작품이었습니다. 러뽕도 그렇고요. 아쉬움이 있지만 충분히 만족하는 그런 우주 영화가 아니었는가 합니다.
PS. 그런데 정작 소유즈는 아직도 쓰고 있는데 비해 우주왕복선은...
덧글
뭐 멀쩡한 우주정거장을 들고 가서 ' 이제 제껍니다'는 아닐 테고
'통제를 잃은 우주정거장을 안전을 위해 미국이 회수했음ㅋㅋ' 같은 상황으로 소비에트의 위신도 같이 추락하는 것을 우려한 겁니까? 그런데 저건 소련 어그로를 너무 끌고 자칫 안전사고 문제로 미국 쪽도 섣불리 손을 안대것 같긴 합니다만.
냉전 시기다보니..